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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5월 05일

"깨의 고소함, 전 세계에 알릴 것"---청년, 원주에서 꿈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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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錦月) 기자  | 작성 21-10-20 15:36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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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세대에게 일자리,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게다가 원주는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적어 원주에 정착하는 청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에 정착해 꿈을 키워가는 청년이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원주투데이는 원주에서 자신의 일을 만들고 확장해가는 청년들을 만나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들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원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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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옥희방앗간' 대표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 식탁에 올리는 일
 옥희방앗간 문지연 대표의 부모님은 원주에서 방앗간을 운영했다. 문 대표는 "마당 앞에 섬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던 곳에서 부모님이 농산물을 정성스럽게 매만지시며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라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여행매거진 론리플래닛의 에디터로 일했던 문 대표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아 갑작스럽게 잡지사가 폐간을 하면서 직장을 잃었다. 원주로 내려와 잠시 집에서 머무르며 방앗간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도와드리려 했던 것이 옥희방앗간의 시작이 될 줄 몰랐다. 하다보니 욕심이 생기고 마음에 불씨는 당겨졌지만 신중하고 꼼꼼한 성정을 가진 터라 1년을 고민했다. 사업을 실행하면서도 확고하게 마음을 다지는 것이 어려웠다. 

 답답한 나머지 문 대표가 "엄마는 왜 힘들게 방앗간 일을 해요?"라는 질문을 하자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을 정성스럽게 매만져 식탁에 올리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씀을 하실 때 어머니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미소를 보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일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다짐하며 결심을 굳혔어요." 그녀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이름 '옥희'가 방앗간의 이름이 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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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CCP 인증을 받은 옥희방앗간 내부. 


'해썹' 인증받고 협업과 교류 통해 성장
 오픈 전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진행한 팝업매장을 경영해보고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한 후 시작했다. 기존 방앗간 자리의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기존 방앗간의 틀을 아예 없애는 일부터 진행했다. 현재 옥희방앗간의 자리로 옮기면서 모든 것을 바꿨다. 전통기름의 미식화와 문화만들기를 통해 가치있는 로컬브랜드로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 변화된 큰 틀이다.먼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해 인증에 성공했다. 

 문 대표는 여행매거진에서 일하면서 올리브유는 따로 상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리브유는 테이스팅을 해주는 소믈리에가 존재할 정도로 각각 맛이 달라 세분화되어 하나의 관광산업을 이룬 것을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를 전통기름에 대입해 기획의 틀을 구상했다.

 오픈 무렵에는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의 36.5도시에 참여해 '옥희의 여름방학'이라는 타이틀로 이벤트를 준비했다. '들기름체험 및 클래스'를 시작으로 예전 방앗간에 가면 사용했던 공병을 준비해 갓 짠 들기름을 담아가는 '리사이클링 보틀 챌린지'를 진행했는데 리사이클링병을 활용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그녀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만드는 계기도 되었다.

 지난 9월 열렸던 마지막 행사는 '라또래요'라는 속초의 수제 젤라또점과 협업으로 진행했다. 강원도의 로컬재료로 만든 젤라또와 만난 전통기름이라는 매우 신선한 조합을 알리며 성공적인 오픈준비를 마쳤다.
"로컬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함께 해서 얻는 즐거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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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기름 문화 통해 가치 있는 로컬브랜드로
 옥희방앗간의 시그니처음료는 '들깨크림라떼'다. 두유베이스에 강원도의 신선한 들깨와 부드러운 크림을 조합해 들깨 특유의 고소한 맛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음료이다. 가을 신메뉴인 '호구라떼'는 단호박과 고구마를 쪄서 만든 따뜻한 음료이다. 자연의 단맛과 부드러움이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맛의 이유는 역시 좋은 재료에 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깨농사를 직접 지으시고 모자라는 것은 영월깨 선별장에서 좋은 깨를 선별해 사용하고 갓 빻아낸 신선 재료만 사용합니다"라고 재료의 신선함에 대해 설명했다. 재료의 퀄리티가 높아 어디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맛이 난다. 제품을 구매하면 집에서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도 가르쳐준다. 문 대표는 "방앗간이니까 판매가 가능한 음료입니다. 레시피를 알려도 괜찮아요. 원재료의 단가가 높아 다른 곳에서는 따라하기 어렵거든요."

 해썹인증을 받은 기름집은 있지만 대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산화가 진행되고 풍미가 떨어진다. "방앗간에서 바로 짠 기름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옥희방앗간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문 대표는 유통과정을 최대한 짧게 거치는 로컬푸드에 관심이 크다. 지난 여름에는 로컬푸드 복숭아로 에이드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철농산물로 만든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에 필요한 굿즈도 함께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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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신메뉴 호구라떼. 단호박과 고구마를 쪄서 만든 따뜻한 음료이다. 


 전통기름 다채로움 알리고 환경보호도 앞장
 "깨는 일단 불순물이 없어야 합니다. 깨의 불순물을 6차례에 걸쳐 기계로 걸러 제거하고 깨끗하게 세척을 한 뒤에 저온압착방식으로 짜냅니다. 이때 깨의 속살이 가라앉게 되는데 이 때문에 참기름과 들기름은 불투명한 것이 정석이에요. 씨앗을 짜면 속살이 가라앉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것을 없애면 풍미가 떨어져 속살을 살려 병에 담습니다."라고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연하게 짠 것과 균형있게 짠 것 두 가지 형태로 판매를 하는데 음식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면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라고 전했다. "11월에는 들깨가 가장 맛있는 달이에요. 갓 나온 들깨로 짠 기름과 가루는 참기름보다도 고소합니다. 꼭 맛보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 대표는 2년 후에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을 해서 포장 컵은 반드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원주로 오고부터 삶에 대한 관점과 만족도가 달라졌어요. 서울은 출퇴근도 즐겁게 했을 정도로 날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았어요. 그동안 원주도 많이 변했어요. 제가 자란 원주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안정적인 이 느낌이 좋아요."

 10월에는 서울 영등포에 자리한 하이쇼콜라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깨&초콜렛 위크'가 열릴 예정이다. 초콜렛음료와 초콜렛셋트를 만들었다. '건강한 재료'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곳의 만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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