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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4월 29일


여행 <김영희 시인의 신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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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1-12-09 10:23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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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김영희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

잡히다가 미끄러지는 기억들과

손가락 사이를 밀고 들어오는 바람이

형체를 벗기 위해 무게를 버린다

 

문밖으로의 생을 꿈꾸면 문안에 갇히고

헛것을 살아야만 편안해지는

알 수 없는 모순을 생각하다

무작정 집을 나선다

 

액셀러레이터의 가속과

브레이크의 감속을 즐기다 보면

말 짜고 되 짜듯이 계획한 여행보다

오히려 유쾌하다

 

누군가는 달려가고 누군가는 서서 기다리는

길 끝에 있는 도착점을 향한 생의 한 마디를

계획 없이 접으로 가는 길

산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구름의 밀도는

부피 이상의 깊이는 알 수 없으니

도통 무관하여 참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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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출생, 원주 거주 

2014문학과 의식등단

여름 나기를 이야기하는 동안3

원주문학상, 강원문학작가상 외 다수

 

< 시작 노트 >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는 여행은 결과물과 성과라는 단어에 매이게 된다.

어느 하루 쯤 목적 없는 여행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다 접어 놓고, 다 내려놓고 훌쩍 어딘 가로 떠나보면 새로 생성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어떤 의미가 더 깊어지기 전에 한 번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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