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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어떻게 쓰느냐 묻는다면 / 김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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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1-12-15 09:30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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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어떻게 쓰느냐 묻는다면

                                                                                     김영희/시인

 

  가끔 뜬금없는 질문에 당혹해 질 때가 있다.

 

  “시는 어떻게 써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해요?“  

  ”시를 쓰고 싶은데 무얼 써야 되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데 굳이 써야 할까

시가 뭐라고 쓸 거리가 없는데 써야 하는가. 


  詩人이라고 하면 멋진 직업이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주 작은 것에도 관심을 보이고, 사소한 사건도 사건이라고 고민하고, 타인의 아픔을 마주하면 괜한 눈물을 흘리는 시인들의 시간은 사실 상처로 점철된 삶이다

그 아픔을 아프지 않은 척 풀어 놓은 말이 인데 말이다.


  무심한 듯 지나치는 것 같지만 사소한 사건들이 며칠 씩 가슴을 지배할 때가 있다

때론 작은 기쁨으로 괜히 잠 못 드는 설렘이 있다. 하여 그것을 시의 소재로 삼고 시를 짓는 사람이 시인이다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근 지근 아픈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시를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다. 


  다시 시 쓰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면 자기 세계에 갇힌 사람은 시를 쓰기가 쉽지 않다.

무엇을 바라볼 때,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하여 그 객관적 입장에서의 소회를 자기만의 단어로 표현할 때 모두가 공감하는 시를 쓸 수 있다

혼자만의 세계를 멋들어지게 수식해 놓으면 읽는 사람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고, 시가 어렵다고 말한다. 


  세 번째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무조건 쓰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라고 유명 영화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말했다.

역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다.

처음부터 형식에 구애 받으면 다음 연을 이어 쓸 수가 없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꾸밈 없이 쓰는 훈련을 마쳤다면 이것도 시가 되나요? 라고 물어보면 해답에 가까운 답변을 얻기가 약간 쉬워진다.


 다음으로 시를 시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시를 쓴다고 말랑말랑한 단어를 수북하게 나열하면 시의 맛은 떨어진다

지나친 수식은 나물 무침에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 기름 등등 온갖 기름을 다 집어넣은 것과 다름 아니다.


  혹자는 말한다. “같지 않을 때 비로소 가 된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면 일단 시 한 편은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슴에 선한 영향력을 주었다면 시는 시로서의 임무를 완성한 것이다.

냉혹한 평가나 칭찬 따위는 맨 나중 일이다.


<약력> 

정선 출생, 원주 거주

2014문학과의식등단

여름 나기를 이야기하는 동안3

원주문학상, 강원문학작가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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