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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5월 07일


‘팔방미인의 백세시대’ 방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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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2-01-03 11:09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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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의 백세시대’ 방송기

한지공예가/ 김향숙

     우리나라가 한창 발전할 때 나는 남매를 낳았다. 서독과 중동, 베트남으로 외화를 벌러 간 광부와 산업역군, 간호사들, 군인들에게 위문 편지도 못 보냈다. 

70,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할 때도 남매를 기르며 신동아 잡지만 뒤적였지 음료수 한 병 건네지 못했다. 

전후 60여 년이 지나니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국가별 GDP 규모 10위권의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나라에 진 빚도 많지만, 사회에도 큰 빚을 졌다.


  '한 사람이 못을 박으면 다른 사람은 모자를 건다.’라는 영국 격언이 있다. 

밥상 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외국어 수업을 수강할 때 분주히 움직이는 사회복지사들을 대할 때마다 자주 떠올랐던 문구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서일까. 그분들은 항상 봉사와 돌봄에 가치를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따라간 곳이 복지관인데 외국어 수업을 수강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밥상공동체 자체 방송 ‘아나운서 모집’ 관련 공지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담당자들이 얼마나 꼼꼼히 준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었다. 그러다 이순이 넘은 나이지만 줄지 않은 호기심에 덥석 기회를 물었다.


  나는 인생을 쏟아부었던 좌충우돌 ‘평생교육 도전기’를 컨셉으로 삼아 BGM용 음악도 많이 듣고 신문도 정독하고 공중파 방송국의 진행자들을 흉내 내며 가갸거겨 발음 연습을 했다. 이렇게 나도 못 하나를 박는 건가? 그럼 누군가는 모자를 걸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사는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과 누린 은사를 결코 외면하거나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 이후에도 스피치 수업을 챙겨 듣고 원고의 초고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수정하고 보완하고 거듭거듭 반복해서 고쳤다. 

완성된 원고를 소리 내서 읽고 녹음하며 아나운서 놀이(?)에 몰두하다 보니 팟빵(Podbbang)의 다른 방송들도 챙겨 듣게 되었다. 먹는 팥빵 말고~ 목소리 예쁘고 원고도 출중한 팟캐스트(Pod cast)는 왜 그리 많은지 감히 비교 불가였다.


  3년여 방송을 하며 BS 청춘 라디오, TV의 변천사를 함께 했다. 

라디오로 송출하다가 이제는 유튜브로 방송을 하게 되었고 때맞춰 스튜디오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리모델링하는 6개월 동안 과연 어떻게 변신할까 궁금했는데 완공한 공간은 기대를 초월하는 상상 이상이었다. 

카메라가 3대, 조명이 7대, 방음시설, 음향장비, 스피커 시스템, 대형 스크린과 각종 방송 장비들이 휘황찬란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마치 인생 로또를 맞은 듯했다. 과연 이곳에서 내가 방송을 하는 건가? 스튜디오 공사에 아무 도움도 못 주고 감히 숟가락만 얹었는데...


  함께 아나운서로 출발한 동료에게 ‘어머! 이 기사는 꼭 써야 해!’라고 읊조렸다.

 물론 이 스튜디오가 강연도 하고 회의도 여는 다목적용이고 관현악단이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초대형 스튜디오는 아니라도 나를 한없이 작고 부끄럽게도 하였다. 

더 나은 방송을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심기 일전하며 귀가하는 길에 하늘빛은 한껏 높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하고 차근차근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박은희 PD님이 함께 방송에 대해 고민을 하자고 할 때 격려의 인사 치레도 못 했다. 

밥상 공동체 허기복 관장님이 지나가실 땐 차마 고개도 못 들었다. 빚

쟁이의 고백이 아니고 절대론적 참회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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