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먹고 싶은 날 /<김영희 시인의 신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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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먹고 싶은 날
김영희/시인
백신 3차 접종하고 팔다리 쑤시는데
허공조차 답답한지 흐려진 풍경,
멋 없이 불러내도 괜찮은 사람과 후루룩 소리 내며 칼국수 먹고 싶네
기도하듯 무릎 꿇고
홍두깨 하나로 밀고 당기고
펴고 접었다 또 당기며
서로 붙어 물고 뜯지 말라고 마른 가루 술술 흩뿌리는,
할매칼국수 집 안반 앞에 앉아 쓱싹 쓱싹 지워지는 상처이고 싶네
풀어낸 된장이 구수함을 올리면
짧은 가닥 긴 가닥 구분도 없이
한 솥에서 끓고 있는 칼국수 면발
겉절이 한 접시 가운데 놓고 마주 앉은 얼굴이 웃어주면 좋겠네
왁자하게 붐비는 구석방에 앉아
후루룩 후루룩 칼국수 한 사발 함께 먹으며
쓰다 남은 마스크는 무엇에 쓸까 즐거운 고민 만들어
고민하고 고민할 때 침 방울 튕겨져 날아와도 마냥 좋겠네
<시작 노트>
2022년 마스크 없는 세상을 꿈꾼다. 코로나 감염도 두려움이지만, 백신 접종 또한 두렵다.
심하진 않아도 백신 접종은 약간의 통증을 동반했다.
누워서 뉴스를 볼 때는 우울하다.
콧등에 땀방울 송골송골 맺히면서 칼국수 먹는 상상을 했다.
누군가를 불러내 함께 갈 수도 없고, 가는 것 그 자체도 망설여지고,
하여 칼국수 한 발을 시로 써서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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