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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5월 07일


청솔의 영원한 향기 /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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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2-01-04 09:44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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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의 영원한 향기

김영옥 / 시조시인   

 원주의 인물 “원천석”선생님에 관한 책이며 자료를 찾아 보았다.


  선생님은 기울어 가는 고려 말과 조선 초기의 학자였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 혼란의 역사적 시기에 진사라는 벼슬도 버리고 치악산 석경촌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 시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난한 삶을 선택하고, 산속에서 학문에 정진했다. 

운곡(耘谷)이라는 호처럼 골짜기에 김을 매며 자연과 벗을 삼아 서민 적인 삶을 살았다. 


 선생님은 훗날 태종이 된 이방원의 어린 시절 스승이다. 

국정이 바쁜 상황 속에서도 여러 차례 선생님을 찾아와 정치 입문을 권유했으나, 거절하고 치악산에서 한 생을 마무리했다.

 

  1144 편의 ‘운곡시사(耘谷詩史)’를 집필하시며, ‘누졸재’라는 초라한 집에서 생활했다. 

공자님의 안빈낙도의 삶을 자처하며 후학을 양성하신 선생님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굴러온 복도 차 버리는 것 같겠지만, 소나무같이 변치 않는 절의를 지켰다.


  선생님은 권력을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격동기에 피 흘리며 고려를 지키려 했던 동지들과의 의리를 위해 부귀공명을 내던졌다. 

사람들은 권력을 차지하고자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으려 한다. 

그런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일침을 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치악산 아래 자갈이 많아 석경촌이라 부르던 곳은 선생님의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이다. 

마을 어귀에는 ‘석경’이라는 이름을 딴 상가들이 눈에 보인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설치된 게시대에 운곡 선생님에 대한 자료가 많아 그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적당하게 배열되어 있다. 


 선생님의 일생을 되뇌며 솔 숲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의 묘소가 언덕 위에 보인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그 묘소에 이르러 참배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묘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한 선생님의 삶과 닮은 듯 하다.


  혼탁한 세상 속에 역사의 뒤편에서 묵묵히 자연과 벗하며 사시던 선생님은 적극적인 행동을 하신 분이 아니어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많은 시와 글로 후학을 위한 노력을 하신 분이다. 

목민관에게 보낸 오정(五政)이라는 자료를 통해 선생님의 애민사상을 알 수 있다.


  오정이란 다섯 가지 정치라는 것인데 당시 선생님이 하윤원 자사에게 올린 장문의 서문에 나오는 목민관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정치 원리다. 

관정(寬政 :너그러운 정치), 선정(善政:잘하는 정치), 염정(廉政:청렴의 정치), 보정(報政:보답하는 정치), 감정(感政:감화시키는 정치)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격변기, 피로 물든 시대적 상황 속에서 조선의 백성을 사랑하며 목민관이 이들을 어떤 자세로 대하며 다스려야 하는지 일러주시던 선생님의 마음을 엿볼수 있다.


  조선 역사를 살펴보면 태종은 선정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태종이 운곡 선생님을 정치에 참여시키고자 한 이유는 그의 지식과 지혜, 인품, 정치적 역량을 모두 고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선생님은 모든 정치의 흐름을 알면서도 침묵하신 채 자연 속에서 삭히며 사느라 무척 힘드셨을 것 같다.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학창시절에 배웠던 그 시조가 원주의 사셨던 원천석 선생님이다. 그분은 부유하게 살 수 있었지만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가난했지만 권세를 탐하지 않았다.

  치악산 기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청솔의 향기에 선생님의 푸르른 가르침이 스며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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