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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여유 / 김영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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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2-01-11 13:39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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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여유

김영희 / 시인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만나서 차 마실까?” 정겨운 말이다.

얼마 전 커피 한잔하자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한 잔의 향기를 생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두려움도, 미세먼지의 무차별한 공격도 잊고 다만 한 잔 가득한 대화를 생각했다.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고 나니 결국 필요에 의한 커피 한 잔이었다. 

누군가의 어떠한 일에 관계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건 없는 대화를 나누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경제적 부흥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가?

산업화 사회로 발전하고 자본이 사람을 조정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자본주의의 희생물이 된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모두가 무엇인가는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뒷걸음질 치는 인생인 듯, 거의 모든 만남의 이유는 돈벌이와 자기중심적 사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기 발전을 위한 일이면 잘 계획하고 추진하면 된다.

 왜 관심분야의 사람이 아닌데 감언이설로 동참을 권유하는가? 

그토록 성공을 확신하는 일이라면 가족도 아니고 친인척도 아닌데 선뜻 자리를 내줄 수 있을까? 세상의 품이 그만큼 커진 걸까?


  추구하는 삶은 각자 다르다.

인생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관심 있게 바라보는 곳이 각자 다르다. 자기가 걸어야 할 길이 분명 따로 있다. 

공동체의 목적으로 모두가 연결되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올바른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는 사회의 구성 조건이다.

그런데 개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무엇을 권유했다가 거절 당하면 그나마 유지하던 인간관계는 바닥을 드러낸다. 

새로운 무엇에 동참하지 못하면 마치 도태된 인간 취급을 받게 된다. 

궁색한 답변은 동반 성장이라는 모토를 부르짖는다. 

일부 현대인들의 욕망 가득한 자화상이다.


  안부만 묻는 서정적인 자리는 이제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건 없는 대화, 그냥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며 웃고 싶어서, 오랜 시간 격조했으므로 커피 마시자는 만남은 이젠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탁이 있거나,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영업 목적이거나, 사업 파트너를 구한다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일원으로 관계하거나, 등등...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과의 거리가 달콤 살벌하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자본이 판치는 세상에서 얽히고설켜서 돈을 위해 눈에 불을 켜는 한 모퉁이도 있지만, 그래도 숨은 곳에서 묵묵히 세상의 일원으로 빛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슴 한편은 따뜻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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