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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시인의 신작시 / 겨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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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2-01-18 14:54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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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지

                                                              김영희

 

고독의 층계를 밟고 서 있는 이 기슭

잎들이 떠나간 속도가

작은 지도가 되는 시간이라네

끝없는 욕망이 솟구치기만 할 때

둔덕 하나쯤은 온통 다 덮을 것 같던

그 기세를 내려놓고 보니

생의 욕망이나 죽음의 충동은

평행으로 달려가는 등호의 관계였다는

이치를 깨닫게 되네

겨울을 핑계로 한 계절 쉬어가려 하네

욕망을 묶었다고

내 몸이 식어간다고는 생각지 말게나

흰 눈이 발목을 푹푹 덮으면

가볍고 쾌적한 삶의 운행을 꿈꾸기 좋은 장소라네

잎을 틔우는 시간이 열리고

나를 일으킬 팽팽한 꿈들을

다시 기슭으로 끌어올리면

내가 내게 도달하는 여정에 잠시 들려 쉬었다 가게나 


시작노트

겨울 숲은 고독만이 존재한다.

무한할 것 같던 푸름이 다 지나가고 앙상한 가지로, 혹은 빈약한 넝쿨로 우거진 숲. 

나무나 숲은 추위에 얼어 죽은 게 아니라 고독에 들어 내면을 키우는 중이었다. 

춥다고, 불편하다고, 힘들다고, 불만으로 가득한 군상 속을 벗어난 숲도 몹시 추웠다. 

그러나 쓸쓸한 외로움에 빠지는 시간이 아니라, 절대 고독으로 내면을 바라보는 평화와 고독뿐이었다.

마스크 벗고 샤랄라 봄옷을 입고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예전의 도시가 그립다면 

 지금의 순간을 잘 견디라고 칡넝쿨이 내게 전해주는 메시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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