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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4월 17일


명절 선물 / 김향숙(한지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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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기자  | 작성 22-02-03 11:09  |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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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

한지공예가/ 김향숙

 

 

명절날 아들내외가 할인을 많이 받아 구입했다며 AI 바둑판을 선물했다.

바둑 기력이 공인 아마 4(한국기원)인 남편은 아들이 어릴 때부터 바둑 교육을 했었다.

부임한 탄광지대 관사에서 돗자리를 깔고 바둑을 가르치다가 바둑알 통을 내던지는 바람에 대야에 세제를 풀어 넣고 탄가루 묻은 백 돌을 한 알 한 알 수세미로 닦던 추억이 있다. 아들은 바둑을 배우기 싫다고, 바둑을 몰라도 못할 건 없지 않겠냐며 대통령이 바둑 잘 둔다는 말을 못 들어봤다라고 항변을 했었다. 그랬던 아들이 명절날 인공지능 바둑판을 선물한 것이다.

가격을 구글링해보니 PC 가격을 상회하는지라, 맘속으로 차라리 PC를 사주지.’ 그랬는데 언박싱을 해 보니 바둑과 상관없는 나에게도 너무 필요한 선물이었다. 남편이 온라인 커뮤니티 바둑으로 몇 시간씩 궁둥이를 붙이고 바둑에 몰입하는 통에 제때 PC를 못 쓸 때가 많았기에 인공지능 바둑판이 여간 달가운 게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바둑판과 비슷한데 인공지능으로 착점 위치가 표시되어 바둑 상대가 없어도 수준에 맞는 대국을 진행할 수 있고 복기도 할 수 있는 신문물이다. 바둑판과 바둑알 안에 센서가 들어 있어 스마트폰보다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평소에도 기본 두세 시간은 바둑 이야기로 능변을 자랑하던 남편이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인공지능 바둑판으로 대국을 하더니 며느리한테도 권면한다, 바둑을 배워서 아이들한테 교육하면 머리도 좋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된다며. 슬며시 바둑판 앞에 마주 앉은 며느리와 손주한테 바둑의 기초를 열강하다 보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간 후 며느리가 밤새워 바둑의 사활을 독학했다는 아들의 전언이 있었다. 바둑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인내심도 고취하고 지구력과 끈기를 배양하는가 하면 여가몰입의 장점이 뚜렷하다. 며느리가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힐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세계적인 천재들의 공통점이 소위 바둑에 열광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수학적이고 창의적이며 인성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바둑을 가르쳐서일까? 사실 아들은 인공지능으로 밥 먹고 사는 직업인, 프로그래머이다. 컴퓨터공학도를 거쳐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도 독학으로 인공지능 원서를 보며 연구를 거듭해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AI 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중이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원서(原書)를 볼 때 경악한 적이 있다. 어려운 수학 공식, 컴퓨터의 이론들을 망라한 원서의 두께는 15cm는 되어 보였고 생활영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어려운 용어들을 술술술 국어책 읽듯 넘기는 거였다.

공대를 졸업하고 나서 유학을 보냈더라면 지금보다 탁월한 위치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었을 거란 자학이 들 때가 많다. 실력이 있으면 된다고 무시하지만, 아들 앞에서는 항상 작아진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처럼 개발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아들의 앞길을 개척해 주지 못한 거 같아서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자는 제안이 왔었는데 그때 밀어붙일 걸 그랬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 그때 아들은 비싼 생활비 운운하며 미련을 떨구었었다.

이번 명절, 대선을 앞두고 유독 밥상머리 민심에 자극적인 언론들을 보면서 우리 집 밥상머리 교육은 바둑교육이 아니었나 자문해 본다. 선물은 결국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물한다. 아들도 은연중 바둑에 심취했었나 보다. 어쨌든 KIBA 인공지능 바둑판으로 인해 필자는 PC를 장시간 독점(?)하게 되어 이번 명절이 너무 행복하다. 스마트폰 교육 강사와 디지털 문해 교육 강사로 일하는 데에 더없이 필요한, PC 독차지 시간을 선물 받으니 호랑이해 올해는 승승장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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